러시아와 중동의 관계는 소비에트 연방(USSR, 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12월 26일에 소련이 해체되었지만,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들과 친러 독립국가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냉전 시대부터 중동과 러시아는 군사, 정치, 경제적 관계 등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 글에서는 냉전기 소련의 영향력 확대부터 21세기 러시아의 재부상, 최근 중동 내 지정학적 변화와 전망까지를 간략히 살펴보겠다.
1. 냉전 시대 (1950년대 ~ 1991년): 소련의 중동 전략
냉전 시기 소련은 미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중동 지역에 전략적 관심을 집중했다.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이 아랍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내세우자, 소련은 이를 적극 지지하며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등 반서구 아랍 사회주의 국가들과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했다. 1967년 6일 전쟁과 1973년 욤키푸르 전쟁에서 소련은 아랍 연합국을 지원하며 지역 분쟁에 깊이 개입했다. 시리아의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라타키아 공군기지 확보로 소련은 지중해에서 전진기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10년간 지속된 전쟁, 국제사회의 비난, 경제난의 심화는 소련의 대외 정책에 부담을 주었고, 결국 1991년 소련 붕괴되면서 중동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되었다.
2. 소련 붕괴 이후 (1991년 ~ 현재): 러시아의 재부상과 중동 개입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경제 위기와 내부 혼란으로 중동정책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한 후, 에너지 부문을 기반으로 경제 회복과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며 중동지역에 재개입 하게 된다. 러시아는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하여 아사드 정권을 군사·외교적으로 지원했다. 타르투스 해군기지(Tartus Naval Facility)와 라타키아 공군기지(Latakia Air Base)는 시리아 내에 러시아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활용되었다. 동시에 러시아는 이란과 핵 문제 및 군사 협력을 강화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과 경제·군사적 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2024년 12월 시리아 내전 종식 이후에도 러시아는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유지하며 미국과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비록 아사드 정권은 붕괴되었으나, 러시아는 시리아의 전후 재건 사업 참여를 통해 영향력 확장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3. 2025년 이후 러시아의 중동 전략과 전망
현재 러시아는 시리아 신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타르투스 해군기지의 영구 사용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목표이다. 또한 브릭스(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 and South Africa 등) 회원국의 확대를 발판으로 이집트, 이란, UAE 등 신흥 중동 국가들과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들 국가가 브릭스 회원국으로 포함되면서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중동 내 영향력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중동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며, 에너지 수출, 군사 협력, 외교적 다변화를 꾀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과의 경쟁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며, 중동은 양대 강대국 간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충돌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결론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중동에서 아랍 민족주의와 반서구 성향 국가들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시리아 내전, 이란의 정치·경제적 불안정, 미국의 중동 전략 강화 등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러시아는 타르투스 해군기지의 운영 유지와 브릭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략적 입지를 조율하고 있다. 향후 러시아의 중동 내 영향력은 미국과의 경쟁 구도, 에너지 및 방위산업 분야 협력, 중동 내부의 역학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의 외교 활동과 경제적 관여는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강화하며, 러시아의 전략적 계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이후에도 중동은 긴장과 협력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여전히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집중되는 지리적·정치적·외교적 요충지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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