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오랫동안 이슬람의 두 종파, 수니와 시아의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갈등에서 등장한 ‘시아 벨트’는 이란을 기점으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에 걸쳐 형성된 시아파 무슬림의 정치·군사적 연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란은 이 벨트를 통해 중동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시아 벨트는 내부 균열과 외부의 압박 속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시리아 내전의 종식, 헤즈볼라의 약화, 그리고 후티 반군의 고립 등은 이란이 구축한 종파 네트워크에 균열을 가져왔다. 이 글에서는 시아파 이슬람의 기원과 시아 벨트 형성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정치·군사적 재편 과정을 통해 ‘시아 벨트’의 실체와 미래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1. 시아파 이슬람의 역사적 기원과 정치적 정착
시아파 이슬람은 예언자 무함마드 사후 그의 후계자를 둘러싼 정치·종교적 분열에서 시작되었다.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와 그의 후손만이 정통 후계자라고 믿었다. 반면 수니파는 무슬림 공동체의 합의(이즈마)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차이는 오늘날까지 중동 각국의 정치·종교 지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특히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통해 시아파 이념을 국가 체제의 근간으로 삼았다. 혁명 이후 이란은 시아파 이념을 확산시키고자 노력했고, 주변 국가들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아 벨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2. 이라크: 시아파 정치 세력의 부상과 이란의 영향력
이라크는 중동 내에서 시아파 세력이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였다. 1990년대 걸프전쟁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수니파 정권을 이끌던 사담 후세인이 붕괴하고 시아파가 정권을 장악했다.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란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은 이라크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되었다. 이란은 이라크 내 시아파 정당과 민병대를 적극 지원하며, 시아파 연대를 기반으로 중동 전역에서 영향력 확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3. 시리아 내전과 시아 벨트의 확장과 단절
시리아 내전은 중동 내 종파 갈등의 복합적 현장이었다. 시리아 전 정부는 시아파의 한 분파인 알라위파를 중심으로 한 아사드 가문이 통치했다.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경제적으로 적극 지원했고,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당 헤즈볼라도 함께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며 시아 벨트를 강화했다. 하지만 2024년 12월 8일, 수니파 반군 세력 HTS(Hayat Tahrir al-Sham)에 의해 시리아 내전이 공식 종료되면서 시리아 내 시아파 정부는 붕괴했고, 이에 따라 시아 벨트가 단절되었다. 이로 인해 이란이 시리아 내 시아파 세력을 통해 구축했던 영향력은 상당 부분 상실되었다. 또한, 2023~2024년 이스라엘-하마스 갈등과 헤즈볼라 지도부의 희생도 시아 벨트의 전통적 구도를 더욱 약화시켰다.
4.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의 군사적 대리인
헤즈볼라는 1980년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시아파 민병대로, 레바논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정치 세력 중 하나였다. 이스라엘과의 여러 충돌에서 핵심 역할을 했으며, 시아 벨트 내에서 이란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헤즈볼라 지도부 다수가 표적 공격으로 사망하며 조직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헤즈볼라뿐 아니라 시아 벨트 전반에 걸친 위기 상황을 반영했다.
5.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란의 영향
예멘 내전에서 시아파 분파인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수니파 정부와 대립했다. 예멘은 지속되는 내전과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 후티 반군의 활동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며, 예멘의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국제적으로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 2025년 시아 벨트의 미래와 중동 정세
현재 시아 벨트는 군사적·정치적으로 연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 분열과 외부의 압력으로 그 연대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헤즈볼라 지도부 타격, 시리아 내전 종료에 따른 시아파 연대 단절, 이란의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란은 이라크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시아파 세력을 계속 지원하며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과 중동 지역의 갈등 재확산에 주목하고 있다. 시아 벨트의 미래와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지만, 이란의 행보와 종파 간의 갈등은 2025년 이후에도 중동 평화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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